문화도시 12화. 통영의 문화공간, 시대와 함께 시민과 함께

공연과 전시가 이루어지고 시민이 예술을 접하는 공간은 지역문화의 핵심 인프라다. 문화예술 공간과 사람이 만나야 지역문화가 융성할 수 있다. 통제영의 전통을 잇는 문화예술도시 통영은 인구 대비 예술인과 예술활동이 특히 활발하며, 문화공간도 풍성하다. 이 글에서는 대표되는 지역의 문화예술 축제와 연관된 공공 문화공간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박경리기념관: 박경리 문학과 인생의 고향

통영 출신의 박경리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2010년 5월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에 개관한 박경리기념관은 그의 문학적 영감과 삶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기념관은 주 출입문이 앞쪽이 아니라 뒤쪽으로 돌아 들어가는 독특한 구조이며, 입구에는 박경리 선생의 생전 단정한 모습을 재현한 동상이 세워져 있다.

전시실에는 선생이 평소 집필하던 강원도 원주 서재를 재현하고, <토지> 등의 자필 원고와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이 된 통영 옛 모습도 모형으로 담아 작품과 생애를 보여 준다.

매년 5월 5일이면 박경리기념관 뒤에 자리한 묘소에서 추모제가 열리고, 기념관에서는 박경리문학축전이 개최된다. 백일장, 문학특강, 청소년 문학캠프, 어린이 동화구연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통영 대표 문학 행사로 자리 잡았다.

통제영역사홍보관: 봉래극장의 추억과 통영영화제

1960년대 통영에는 통영극장, 충무극장, 봉래극장 세 곳의 영화관이 운영되었고, 1980년대에는 봉래극장과 포트극장이 있었다. 그중 봉래극장은 통영 시민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1914년 ‘봉래좌’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이곳은 경남에서도 가장 먼저 세워진 세 극장 중 하나였다. 윤이상 선생이 어린 시절 아버지의 바지자락을 잡고 유랑극단을 구경했고, 3.1운동 때는 통영청년들이 독립만세를 외치는 집회장이었으며, 해방 이후에는 연극 공연과 영화가 상영되었다.

2005년 철거된 뒤 그 자리에 들어선 통제영역사홍보관은 중앙동 벅수축제와 통영문화유산야행 등 크고 작은 축제와 행사, 강연을 여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3년 제1회 ‘통영영화제’를 개최하며 봉래극장의 추억을 되살렸고, 2025년 가을 제3회 통영영화제는 ‘여행, 예술, 바다’를 주제로 단편영화 경쟁부문, 국내외 초청작 상영으로 2박 3일간 진행되며 영화도시 통영의 꿈을 그렸다.

통영시민문화회관: 통영국제음악제부터 연극축제까지

남망산공원에 위치한 통영시민문화회관은 주요 문화예술 행사와 공연, 전시가 열리는 곳이다. 1991년 착공해 1997년 준공된 시민문화회관은 880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음악과 연극 등 공연, 통영시 주관의 각종 기념식이 열렸다. 290석 규모 소극장은 연극 공연 위주로 활용된다.

2014년 통영국제음악당이 신축되기 전, 통영시민문화회관은 2002년부터 통영국제음악제와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열린 초기 개최지다. 세계적인 클래식음악 아티스트들과 젊은 음악인들이 수년간 이곳을 찾았다.

오늘날에도 통영 전통 공연예술 승전무, 남해안별신굿, 통영오광대 기획공연과 ‘통영예술제’, 극단 벅수골을 중심으로 열리는 전국 규모의 연극제 ‘통영연극예술축제’가 매년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윤이상기념관: 음악창의도시 통영의 근본

20세기 세계 음악사 한 페이지에 그 이름이 새겨진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타계일인 11월 3일을 전후해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개최된다. 선생이 거주했던 통영시 도천동에 자리한 윤이상기념관은 그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알리는 공간이다.

1층 메모리홀은 통영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연습 장소이자 기획·대관 공연이 열린다. 2층 유품 전시실에는 흉상, 직접 사용하던 첼로와 집기류, 각종 훈장 등이 전시되어 있다. 독일 베를린의 자택을 재현한 공간과 ‘윤이상 음악 작은 도서관’이 있어 선생의 음악과 생애를 가까이 체험할 수 있다.

야외 공간인 윤이상기념공원과 메모리홀은 통영프린지의 주요 무대로, 매년 통영국제음악제를 전후해 록, 재즈, 포크, 힙합, 퓨전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킹스턴루디스카, 강산에, 스트릿건즈, 더더 등 실력과 명성을 겸비한 아티스트들이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통영의 문화공간은 단순한 공연장이나 전시장이 아니다. 역사와 서사를 담고 있으며, 시민과 예술이 만나 지역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핵심 허브다. 전통과 현대, 문학과 음악, 연극과 영화가 공존하는 통영의 문화공간은 예술과 시민이 함께 호흡하는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