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11화. 시민들과 호흡하는 통영의 무대예술
전국 곳곳에 저마다의 향토색과 진정성을 가진 전통음악, 전통무용 등 공연예술이 있지만, 통영처럼 소도시임에도 국가무형유산 지정 공연예술이 여럿 있는 곳은 드물다. 이는 ‘삼도수군통제영’의 역사와 같이 연결된다.
통제영 내에는 군사와 행정 사무를 보는 기관뿐 아니라, 악사를 양성하는 ‘취고수청’과, 예기(藝妓)의 가무(歌舞)를 관장하는 ‘교방청’이 있었다. 악공과 예인들 그리고 무인(巫人)들이 결성한 단체인 ‘신청(神廳)’이라는 명칭이 19세기 통제영 지도에서 확인된다. 일제강점기 통제영 폐영 이후에는 기생조합과 악공조합으로 계승되며, 오늘날까지 통영의 전통예술에 그 유산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승전무: 삼도수군통제영의 기상 이어온 우아한 춤사위
승전무는 임진왜란 당시에 승전을 축하하는 춤을 수군의 함선 위에서나 수군 진영 안에서 예기들이 추던 춤에서 유래했다. 승전무는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 승전의 위업을 오늘날까지 전하는 예술로서 의미가 깊다. 난중일기에도 임진년 2월과 이듬해 5월에 진중에서 기녀들의 춤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통제영 군점, 충무공 탄신제에서 헌무(춤을 바침)로 이어졌다. 그러나 1896년 통제영 폐영으로 교방청과 취고수청이 사라지고, 일제 때 기생조합과 악공조합을 통해 명맥을 이어왔다.
승전무는 4인의 원무(元舞)와 12인의 협무(挾舞)로 구성된 북춤과 8인의 무용수가 백동재질의 칼을 사용하는 칼춤으로 이루어진다. 정순남 명인으로부터 한정자 선생이 북춤을, 엄옥자 선생이 칼춤을 전수받았다. 오늘날에도 두 선생은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로서 후인을 양성하며, 정기 발표회 등 여러 공연 무대에서 승전무를 이어가고 있다.





남해안별신굿: 바닷마을 공동체를 보듬는 대사산이의 노래
1987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남해안별신굿은 통영·거제 등 경남 남해안권 섬을 기반으로 전승되며 풍어와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굿이며, 섬마을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의식이자 축제이기도 하다. 혈족 대대로 세습무를 중심으로 전승된 민간의 문화이나, 통제영 취고수청 출신 악공과 지역 세습무의 연계가 신청 단체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남해안별신굿 또한 통제영 전통과 연결된다.
남해안별신굿은 재담 없이 삼현육각(피리2, 대금, 해금, 장구, 북)으로 연주를 하며, 굿의 시작과 끝에 청신악과 송신악을 대금으로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남해안별신굿은 통영 한산면 죽도, 비진도, 사량도, 거제 죽림마을에서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4박 5일에서 7박 8일까지 이어지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비교적 간소화되어 주로 1박 2일로 진행된다.
남해안별신굿을 대표하는 대사산이는 11대 세습무인 정영만 선생으로, 수백 년 역사를 지켜오며 오늘날에도 섬마을 공동체의 제의로서 생생하게 살아 있다. 전통무용과 전통음악이 서사성을 갖고 결합한 공연으로서 높은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통영오광대: 강렬한 풍자와 해학의 다섯 마당
오광대는 부패한 양반들을 풍자하고 조롱하며 조선 후기 민중들의 의식과 생활상을 보여 주는데, 특히 통영오광대는 타 지역에 비해 풍자적 성격이 더욱 강하다. 타 지역에서 ‘오광대’가 다섯 광대를 뜻한 데 비해 통영오광대는 ‘다섯 마당’을 뜻하는 것, 사자탈 사자춤이 있는 것, 연희 후 탈을 태워 없애지 않고 계속 보존하며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구꾼들의 타악기 외에도 삼현육각을 연주하는 것은 삼도수군통제영 악공들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김홍종 선생을 필두로 통영오광대보존회가 용화사 광장이나 이순신공원을 비롯한 야외에서 정기 발표 공연을 이어간다.


통영 연극: 청년들의 문화운동으로 계승된 역사
통영 연극은 전통 연희인 통영오광대를 기반으로, 지역의 청년들의 문화운동으로 그 맥을 이어왔다. 1927년, 당시 도쿄 유학생이던 극작가 동랑 유치진이 문학모임인 ‘토성회’를 결성하고 ‘카르멘’을 각색·연출해 공연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1945년에는 시인 유치환을 대표로 ‘문인극회’가 창립, 한국전쟁 시기에는 교직에 있던 연극인들이 학생극 운동으로 후진을 양성하며 ‘한국 아동극의 아버지’ 극작가 주평의 배출로 이어졌다.
한편, 통영의 연극은 지역 청년들이 결성한 ‘충무독서회’에서 1979년 <통곡>(유치진 작), 이어서 이듬해 통영 출신 강수성 작가의 신춘문예 당선 희곡 <소리>를 공연하며 제작에 참여하고 무대에 오른 청년들이 1981년 3월 극단 벅수골을 창립했다. 장현의 연출로 무대에 올린 창립공연 <토끼와 포수>는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벅수골은 창단 이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300편이 넘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통영 연극예술을 지탱해 왔으며, 2008년에는 전국 규모로 ‘제1회 통영연극예술축제’를 개최해 고전극, 창작극, 뮤지컬 등 다양한 극예술을 선보였다.

지역 문화운동으로서 전통은 오늘날 극단 벅수골에도 이어졌다. 사량도를 비롯해 통영의 섬을 찾아가는 연극 공연으로 지역민의 문화접근성을 높였고, 음악가 윤이상 등 통영의 인물과 통제영의 역사를 창작 희곡으로 담아낸 ‘통영 로드스토리텔러’도 뜻 깊은 작업이다.